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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기자 승인 2019.12.04 17:03

[인터뷰] 소수자의 편에 선 퀴어신학 고상균 목사 

개신교, 신도 수 감소 위기 돌파 위해 혐오조장

 퀴어신학, 성서에 대한 ‘다른 해석’ 제시하는 것 

인권위법 개정안, 성소수자 차별 정당화하려는 시도 


고상균 목사가 지난 11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최근 자유한국당 기독인회 회장으로 알려진 안상수 의원 등 의원 44명이 국가인권위원회 법상 차별금지 사유에서 ‘성적 지향(性的 指向, Sexual orientation)’을 삭제하는 내용의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를 두고 의원들이 개신교계의 표를 의식해 개악안을 발의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반면 개신교계에서는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법이라며 지지에 나섰다.

 개신교계의 이 같은 퀴어(Queer, 성소수자) 혐오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해마다 각 지역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때면 개신교계에서는 맞불 집회를 열거나 행진을 방해하는 등 집단행동을 불사하고,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라며 가짜뉴스를 퍼뜨리기도 한다. 

개신교계의 혐오가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에 최근 성소수자 단체가 주관하는 서울프라이드아카데미에서 ‘퀴어신학’을 강연한 목사가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고상균 목사다. 혐오 일색인 개신교 내에서 퀴어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는 목사가 있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때문에 혐오를 일삼는 개신교계 내에서 앨라이(Ally, 지지자)로서 강연을 한 고 목사의 존재는 흥미로웠다.

퀴어신학은 주류 신학은 아니지만, 미국의 경우 다양한 배경을 지닌 소수자들이 새로운 성서해석을 고민하게 되면서 퀴어신학 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진보적인 교단(敎團, 종교단체)의 신학교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본지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 고 목사를 만나 퀴어신학과 개신교계의 혐오가 심화되는 이유, 혐오주의자들의 혐오논리 등에 대해 들어봤다. 

고 목사는 성서를 취사선택해 받아들이는 혐오주의자들의 논리를 비판하고 퀴어 당사자의 눈으로 성서를 해석하는 퀴어신학을 말하며 다양한 성서해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2017년 7월 15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제18회 퀴어문화축제에서 개신교인들이 동성애 반대를 외치고 있다. ⓒ투데이신문 출처 : 투데이신문


혐오해도 지탄받지 않는 성소수자 공격대상 삼아 

Q. 전국 각지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때마다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한 혐오세력들이 훼방을 놓고 있다. 개신교가 퀴어혐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소수자 혐오가 주를 이루는 개신교의 행태는 사실 한국의 독특한 특징이다. 전통적인 개신교 국가라고 하는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는 퀴어 이슈를 두고 격론이 벌어진다. 격론이 벌어진다는 건 교세나 숫자가 비슷하다는 말이다. 그 중 진보적인 교단은 ‘성적 지향으로 인한 차별을 금기한다’는 것을 교단 차원에서 채택하기도 하고 보수적인 교단은 이를 거부해 별도의 조직을 만들기도 한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의 교단이 혐오 일색이다.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단위들은 몇몇의 개인이거나 굉장히 작은 소수의 모임이다. 한국 개신교는 왜 이런가 생각해보면, 한국의 초기 선교를 주도했던 교단의 신학적 배경이 대단히 보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약자들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들이었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개신교는 성장과정이나 역사를 보면 정권·자본을 옹호하고 그에 편승해 결탁하는 방식으로 소위 선교사업을 펼쳤다. 그러면서 교회는 외적팽창을 ‘성장’이라고 말하며 동경하게 됐다. 교회가 크게 성장하려면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에게 관심을 갖지 못하게 된다. 힘 있는 사람, 부자에게 관심을 가져야 권력이나 돈이 교회에 유입될 테니까. 그런데 지금은 적어도 ‘우리는 노동자들 싫어해’라고 말했다가는 큰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놓고 여성차별 발언을 한다면 마찬가지로 비난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소수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거나 공론화되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맘 놓고 혐오를 해도 크게 지탄을 받지 않는다. 교회로서는 굉장히 편하고 좋은 전략이다. 사실 개신교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인기 없는 종교 아닌가. 심지어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가장 인기 없는 종교가 개신교다. 그러면서 교세는 급감하고 있다. 앞으로도 교세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를 극단적 위기상황이라고 볼 때, 건강한 조직이라면 이 같은 위기를 내적 자성을 통해 극복하려고 한다. 그런데 건강하지 못한 조직은 자신의 잘못을 보지 못하고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결집하는 방법을 취한다. 함부로 비난해도 크게 사회적으로 비판받지 않을 존재들은 적으로 만들기 좋은 대상이다. 그래서 개신교가 혐오발화를 해도 사회적으로 크게 비난받지 않고 내부결집을 할 수 있는 성소수자 혐오를 선택한 것이다. 


Q. 개신교의 퀴어혐오 논리에 대해 설명한다면. 

대표적인 것을 들자면,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창세기 1장 28절에 근거한다. 성소수자들의 성관계는 자녀를 낳을 수 없기에 창조질서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그 밖에 성서의 6~7개 구절을 근거로 들며 성서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성서에서는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남성 간의 성행위를 금지하는 표현만 등장한다. 그런데도 ‘성소수자들이 불쌍하지만 성서가 금지하는데, 성서를 신앙하는 종교에서 어떻게 동성애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앞서 개신교가 한국에 들어올 때 제국주의·근본주의적 시각으로 들어왔다고 했는데, 그 불행한 시작에서 기인하는 문자주의적 성서해석이 중요하다. 성서무오설(聖書無誤說. 성서에는 오류가 없다는 주장)에 따라 일점일획(一點一劃)도 틀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성서를 해석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무오설이라는 것도 하나의 해석적 관점에 불과하다. 그런데 혐오주의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성서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덮어놓고 믿으라고 한다. 


고상균 목사가 지난 11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소수자의 눈을 가진 퀴어신학이 가장 성서적

 Q. 퀴어신학의 성서 해석은 퀴어혐오 논리와 어떻게 다른지. 

퀴어신학은 혐오주의자들이 성서무오설을 근거로 ‘퀴어는 죄인이다’라고 말할 때 그에 대한 다른 해석적 틀을 찾는 것이다. ‘퀴어는 죄인’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비퀴어거나 퀴어를 은닉시키고 싶은 이들이다. 퀴어신학은 이와 반대로 퀴어의 눈으로 성서를 읽는 방법을 취한다. 이러면 전혀 다른 성서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서 퀴어라고 하면 물론 당사자도 있겠지만 앨라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성서해석을 제공한다. 또 하나, 퀴어는 ‘괴상한’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괴상하다는 것은 사회적 다수자가 소수자를 향해 붙이는 표현이다. 중세시대에는 남성들이 여성을 괴상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녀사냥으로 수많은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제국주의시대에는 백인들에 의해 특히 흑인들이 괴상한 존재가 돼 짐승 취급을 받고 노예로 죽어갔다. 이런 식으로 다수자들에 의해 괴상한 존재로 낙인찍혔던 이들이 퀴어라고 본다면, 성서 안에서 구약에 나오는 이스라엘 민족은 주변의 대제국들이 볼 때 철저한 소수자였고 괴상한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예수는 당시 다수교권이었던 유대교가 볼 때는 괴상한 자였으며, 이스라엘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가 볼 때는 불온한 이었다. 그래서 예수는 죽임을 당했다. 사실 성서의 메인테마는 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렇게 보자면 다수자의 눈이 아닌 소수자의 눈으로 해석하는 퀴어신학은 성서적이다. 


Q. 해석적 차이가 있는 구절을 예로 든다면.

 레위기 18장 22절은 남성간의 성행위를 금지(너는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하고 있다. 혐오주의자들은 이를 갖고 성서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몇 가지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성서는 왜 여성간의 성행위는 금지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성서가 동성애를 반대하려면 여성과 여성의 성관계에 대해서도 분명히 금지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두 번째, 레위기는 ‘성결법전’이라고도 불린다(레위기는 이스라엘인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거룩하게 지내기 위해 종교의식·일상생활 속에서 지켜야 하는 율법을 기록한 책이다. 기자 주). 여기에는 옷을 만들 때 두 재료로 직조한 옷을 입으면 안 되고, 한 밭에 한 가지 씨앗으로만 파종하라는 규정(레위기 19장 19절)이 있다. 그런데 요즘 개신교인들은 이를 안 지키지 않나. 우리가 입는 옷은 다 혼방이다. 또 한 밭에 여러 가지 작물을 심는 것은 생태주의적 농법으로서 굉장히 중요하다. 한 가지 작물만 심었다가 병충해가 퍼지면 농사를 다 망치는 것 아닌가. 성서를 정말 문자적으로 보겠다는 이들은 수염을 깎으면 안 되고, 구레나룻도 밀면 안 된다(레위기 19장 27절). 오징어(레위기 11장 10절)나 돼지고기(레위기 11장 7~8절)도 먹으면 안 되고, 또 교회 안에서 여성은 한 마디도 하면 안 된다(고린도전서 14장 34절). 동성애를 금지하는 구절을 문자 그대로 지켜야 한다면 이 구절들도 다 지켜야 한다. 성결법전의 규정을 지금 시대에 지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혐오주의자들은 성서에서 문자주의적으로 지킬 것과 시대에 맞춰 해석할 것을 취사선택하고 있다. 성서를 혐오의 근거로 내세우기 전에 자기모순을 먼저 발견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구절에 근거해 ‘동성애자들의 성관계는 생산할 수가 없으니 무의미하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이성간의 성관계에서 피임하는 것도 문제 아닌가. 성소수자의 성관계는 어차피 생산이 안 된다. 그렇게 보면 생산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피임을 하는 것도 문제를 삼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일관성이 있으려면 가톨릭처럼 공식적으로 피임을 금지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성서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당연히 문제가 따른다. 수천년 전 중동에서 쓰인 것을 21세기 한국에서 어떻게 그대로 적용하겠나. 우리는 성서에 기록된 말씀의 의미를 신앙고백하는 것이지,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개신교회는 사회적으로 대화가 안 통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Q. 그 같은 규정들이 성서에 기록된 이유는 무엇인가. 

성서에 그러한 내용이 왜 쓰였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옷감을 한 가지 재료로만 직조하라고 한 것과 한 밭에 한 가지 작물만 파종하라고 한 것은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하나님 앞에서 경건한 모습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성결법전에 적힌 내용들은 이를 강조하기 위한 규정이었다. 그럼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순수한 신앙을 유지하자’는 의미를 찾을 문제지, 이를 문자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성결법전이 기록된 당시는 농업사회였고 생산은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니까 생산에 유의미한 성행위는 좋은 것이고, 생산에 도움이 안 되는 성행위는 나쁜 것이다. 레위기 18장은 남성 간의 성행위도 금지하지만, 남성과 암컷 짐승의 성관계, 여성과 수컷 짐승의 성관계도 금지한다. 그런데 여성 간의 성관계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당시에는 정액에 생명이 있다고 여겼다. 지금도 흔히 정액을 씨앗에 비유하지 않나. 성결법전은 생산에 도움이 되는 모든 성관계를 규정하고, 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정액을 소비하는 성관계를 모두 금지한다. 하지만 여성과 여성의 성관계는 씨앗이 없는 성관계이기 때문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게 보자면 하나님 앞에서 순결함을 지키려고 했었던 신앙,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를 지키기 위해 그에 부합되는 성행위만을 긍정적이라고 신의 이름으로 규정한 사람들의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또 남성 간의 성행위를 금지한 것은 당시에 남성 간 성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금지했을 것 아닌가. 사회적으로 소수자로 규정돼 ‘더러운 것들’이 돼 내쫓기거나 죽임을 당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성서의 표피가 말하는 의도를 넘어 내피를 들여다봐야 한다. 성서에서 소수자, 즉 퀴어를 발견할 필요가 있다. 성서는 그렇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성서를 바라본다면 성서가 성소수자를 반대·금지한다고 말할 수 없다. 


Q. 성서가 아닌 HIV/AIDS를 이유로 들며 반대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반박한다면. 그들의 혐오논리가 굉장히 지능적으로 발달해가고 있다. 그들도 나름 노력을 하는 거다.(웃음) 2007년 차별금지법 정국이 시작될 때는 ‘하나님 앞에서 동성애는 죄’라며 반대를 했는데, 이는 교회 내의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데는 주효했으나 교회 밖에서는 먹히지 않았다. 때문에 사회적 인식에서 도움이 되는 논리를 만들어낸 거다. ‘당신이 낸 귀한 세금이 문란한 성소수자들의 에이즈 치료에 쓰이고 있다’는 건 먹히는 논리다. 이런 논리는 소위 사회적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이 흔히 쓰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경제력도 없고 사회적으로 도움도 안 되는 노인들에게 왜 우리가 낸 세금으로 돈을 줘야 하느냐’라거나, ‘나는 세금 꼬박꼬박 내고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고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내가 낸 세금으로 공짜로 치료받는다’라는 등 이런 논리는 무수히 많다. 이런 논리는 약자들에 대한 혐오를 전제하고 있기에 틀렸다. 또 HIV/AIDS의 근원이 동성애라는 논리로 성소수자를 공격한다. 2018년에 질병관리본부에서 낸 통계를 보면 HIV/AIDS 감염경로는 성접촉이 절대다수인데, 지난해 감염자 766명 중 이성애자가 392명, 동성애자가 374명이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수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혐오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가짜뉴스다. 그리고 동성애자들도 세금을 낸다. 납세의 의무를 다하고 혜택을 받는 게 왜 문제 되나. 개신교회가 세금이 헛된 곳에 쓰이고 있다는 주장을 하려면, 교회부터 먼저 반성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 HIV/AIDS의 근원이 동성애자라는 주장은 몰지각하거나 혐오·가짜뉴스에 기반해 만드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7월 15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제18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예수 코스튬을 한 참가자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교회 내 앨라이들이 목소리 내야 

Q. 개신교회 내에서 퀴어로 살아가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존재부정이다. 분명히 있는데 없는 존재가 되거나 나쁜 존재가 된다. 이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목사들이 강단에서 ‘퀴어문화축제에서 동성애자들이 광란의 음란축제를 벌인다’라는 말을 한다. 이런 말을 하는 목사들은 자신의 교회 안에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있어도 관심이 없다. 이게 존재부정이고, 이것만큼 큰 폭력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분들이 정신질환에 시달리거나 자신이 사랑하는 종교를 떠나고, 더 나아가 종교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감을 갖거나 스스로를 부정해 삶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종교가 행하는 존재부정을 볼 때마다 마르크스가 말했던 ‘종교는 아편이다’라는 말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개신교가 없었다면 성소수자가 덜 슬퍼할 수 있었을 텐데, 신앙을 갖고 있어서 교회 내의 혐오발언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Q. 교회 내에서 아웃팅(본인 동의 없이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공개하는 것)을 당하거나 전환치료를 시도하는 등 성소수자의 안전이 위협받기도 하는데. 

내가 5살 때부터 31살까지 다녔던 교회에서 아웃팅이나 전환치료 사례를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났거나 혼자 클로짓(closet, 본인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숨긴 채 생활하는 사람)으로 지내면서 슬퍼했을 것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전환치료가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많은 사례들이 보고되고 증언되는 것을 보면 적지 않은 비율로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또 교회의 기본적인 정서가 성소수자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혐오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교회에서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아웃팅이 되거나 죄인 취급을 당한다. 이런 사례는 실제로 많다. 


Q. 교회 내 퀴어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에서 앨라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 

교회 안에서 앨라이가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성소수자들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가 소수자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 신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신앙에 위배되는 것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신앙 양심에 부합한다.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신앙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인식하는데 말을 하지 못한다면 신앙적으로 비겁한 것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의 문을 연 장공 김재준 선생은 “결과는 그리스도께 맡기고 ‘예’와 ‘아니오’를 분명하게”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었다. 신앙인이라면 자신의 신앙 양심에 따라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교회 안의 혐오표현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이미 앨라이가 될 준비가 된 분들이다. 그들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본다. 교회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고민하던 이가 앨라이들이 말을 듣고 그 날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 주에 이야기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면 그 주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퀴어 당사자가 생길수도 있다. 자신의 뜻을 밝히는 것은 신앙 양심을 세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성소수자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된다. 성소수자 운동을 확산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 2017년 7월 15일 제18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시청광장 인근에서 개신교의 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인권위법 개정안, 퀴어 존재 부정하는 것 

Q.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예장 통합·예장 고신 등 교단이 성소수자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고 있거나 옹호하는 목회자들을 이단으로 매도하기도 했는데.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다른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하는 것도 사실 무의미하다. 같은 교단이라면 목사직을 박탈할 수 있으니 유의미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교단 목사에 대해 이단으로 규정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 그걸 그들도 안다. 그럼에도 왜 이단으로 규정하느냐 하면, 내부결속에 중요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 이단으로 규정해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다. 실제로 예장통합 산하 신학교 학생회에서 이단으로 찍힌 분을 강사로 모시려고 하다가 무산된 일이 있긴 했다. 이 같은 일들이 교계의 반동성에 광풍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데, 개신교는 교세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대단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내부의 문제를 살피지 못하고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다. 내부의 문제를 보지 못하는 집단은 붕괴된다. 쥐도 막다른 곳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는데, 교회는 자성하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몰리다가 뭐라도 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동성애다. 궁지에 몰린 만큼 개신교의 혐오는 앞으로 더욱 강력해질 거라고 본다. 가장 강력한 ’끝판왕‘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이 그런 시기라고 생각된다. 가장 강력한 끝판왕이 나왔기 때문에 이 같은 혐오의 광풍은 몇 년 더 지속될 것이다. 그런데 끝판왕이 나온다는 건 그다음은 없다는 뜻이다. 


Q. 최근에는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 등 의원 44명이 ‘성적 지향’을 차별 금지 사유에서 삭제하고 성별을 생물학적 여·남으로 규정하는 인권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는데,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말한다면. 

안 의원은 자유한국당 기독인회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각 당마다 기독인회가 있고, 당을 초월한 의회선교연합이라는 단체도 있다. 의회선교연합은 2007년 차별금지법이 논의되면서 출범한 단체다. 당시 사학법 때문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국회에서 엄청 싸울 때였다. 그러던 사람들이 의회선교연합으로 모여앉아 웃으면서 같이 예배드리고 동성애 반대, 성적 지향 삭제 등을 주장하며 ‘우리는 하나입니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었다.(웃음) 지금 안 의원 등이 성적 지향을 삭제하겠다고 하는 데는 이런 역사가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국적, 인종, 종교 등 다른 차별사유는 그대로 두고 성적 지향만 빼자고 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한다는 건 결국 성적 지향으로 차별하자는 주장이 된다. 헌법에 따르면 국민은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다. 성소수자를 차별하겠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 혐오를 법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말이 안 된다. 또 성별을 여성과 남성 두 가지만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은 존재부정이다. 이미 사회구성원으로 존재하는 트랜스젠더, 간성 등 이분법적 성별로 규정되지 않는 이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자들이 국민 중에 이미 존재하는 이들을 부정하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고상균 목사가 지난 11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교회 내 퀴어, 혼자 고민하지 않길 

Q. 개신교인이면서 퀴어로 살아갈 수 있는가.

우선 이 인터뷰를 읽는 이들 중 퀴어 당사자가 있다면, 당신은 억압적·혐오적 집단 내에서 부당한 일을 겪는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라고,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에 대해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성소수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성소수자의 사랑을 금지하는 교회가 잘못된 것이다. 교회 안의 혐오로 인해 마음이 힘들다고 하는 분들은 마음이 힘들 수는 있지만 죄를 지은 것인지, 교회를 떠나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상처를 받을 필요도 없다. 또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 좋겠다. 국내에는 유의미한 통계가 없지만, 미국의 통계를 보면 사회 내 동성애자 비율을 적게는 7%, 많게는 18%로 볼 수 있다. 간성,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소수자를 포함할 경우 그 추산치가 얼마인지 알 수도 없다. 이렇게 볼 때 교회 구성원이 100명이라면,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과연 혼자뿐일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그러니 너무 외로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한국 개신교계에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교회들이 분명히 있다. 소위 ‘무지개교회’라고 하는 퀴어 당사자 중심의 교회,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교회들이 많이 있다. 본인의 정신건강과 건강한 신앙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길 바란다. 


Q. 예수가 이 땅에 다시 온다면 퀴어를 향해 어떤 말을 할 것 같은가. 

이제 대림절(크리스마스 전 4주간 예수의 탄생과 재림을 기다리는 교회력 절기. 2019년 대림절은 12월 1일부터 24일까지다)이 시작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는 개신교에 굉장히 유의미한 질문인 것 같다. 이에 대한 답은 성서에 기록된 이야기를 보면 답이 나올 것 같다. 성서에 기록된 예수의 이야기에서 예수가 함께 밥을 먹었던 존재는 12명의 제자들로 대표된다. 제자들은 당시 고위층들이 볼 때 소수자로 취급받던 존재들이었다. 그래서 예수도 사람들에게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요 세리와 죄인의 친구로다(누가복음 7장 34절)’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 예수가 함께했던 이들은 집도 없는 존재들, ‘무리’였다. 이들은 당시 안식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죄인으로 취급받았다. 예수를 스승으로 따랐던 무리들 역시 소수자들이다. 예수가 죽고 남성 제자들이 모두 도망갔을 때, 예수의 곁을 지키며 울었던 이들은 여성이었다. 남성들에게만 인권이 있다고 여겨지던 시절에 여성들은 소수자였다. 예수는 소수자들과 함께 밥을 먹고 어울리며 친구로 지냈다. 즉 예수도 소수자였다. 그렇게 본다면 답은 명확하다. 이 시대에 예수께서 다시 오신다면 뭐라고 하실까. 예수께서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이의 옆에 가서 친구가 돼주거나 이로 인해 죽음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의 곁에 가서 하루만 더 살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비단 성정체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김천의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의 곁에 함께 앉아계실 것이고, 강남역 앞에서 고공 농성 중인 김용희 님의 곁을 지키실 것이다. 주님은 그러실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주님께서는 스스로도 소수자이셨으니 이 시대의 온갖 소수자 곁으로 오시지 않을까.

작성일  19-11-28

 

작성자  이병권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퀴어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프라이드 픽이 오는 12월 11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네번째 퀴어영화 상영회로 돌아온다.

 

퀴어 영화 전문 배급사 레인보우 팩토리의 후원과 서울LGBT아카이브,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등의 공동 주최로 진행되는 프라이드 픽은 짝수달마다 퀴어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프라이드 픽은 오는 12월 11일 상영을 끝으로 올해의 정기 상영회를 마무리하는데, 마지막 상영작으로 미코 마켈라 감독의 <핀란드의 이방인>이 선정되었다고 알려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핀란드의 이방인>은 영국과 핀란드 제작 영화로, 2017 BFI 런던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또한 본 영화는 작년 서울프라이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서 첫 공개되었는데, 많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제 기간에만 볼 수 있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몰입감이 높았던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에 프라이드 픽 관계자는 “<핀란드의 이방인>에 대한 국내외 퀴어영화 팬들의 성원을 반영해 올해의 마지막 상영작으로 해당 영화를 선정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핀란드의 이방인>은 파리로 대학을 간 주인공 리비가 아버지를 도와 별장 수리를 위해 여름 동안 핀란드로 돌아오며 시작된다. 리비와 아버지는 평범한 부자 관계로 보이지만 실상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사소한 마찰을 겪고 있다. 더구나 리비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더욱 불안정한 상태다. 한편, 타렉은 자신의 고향인 시리아에서 발생하는 전쟁으로 인해 핀란드에 정착하게 된 인물로 아직 고향에 남은 가족들과 타지에서 생활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인 것 같은 두 주인공은 핀란드에서 우연한 계기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바로 리비의 아버지가 타렉을 고용하면서 자연스레 리비와도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여름날 핀란드 외곽을 중심으로 맺어지는 두 인물의 관계는 저마다의 문제를 가지고 살아가는 개인들이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곧 세대 간의 갈등을 비롯해 단절과 결핍 등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도 결부되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다뤄질 갈등이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한편, 올해의 마지막 프라이드 픽 상영작인 <핀란드의 이방인> 상영 이후 진행될 시네토크에는 서울아트시네마의 김보년 프로그래머가 참석할 예정이다. 첫 상영부터 프라이드 픽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봐왔다고 밝힌 김보년 프로그래머는 “프라이드 픽 상영작으로 <핀란드의 이방인>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시네토크를 직접 진행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시네토크를 통해 해당 영화에서 다뤄지는 멜로드라마에 초점을 맞춰 관객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올해의 마지막 프라이드 픽을 장식할 <핀란드의 이방인>은 오는 12월 11일 오후 7시 30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된다. 영화 상영과 관련해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며 자세한 사항은 서울아트시네마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송경원 사진 최성열 2019-11-28 



영화감독, 영화사 대표, 영화제 집행위원장, 성소수자인권운동가 등 김조광수 대표(청년필름)를 수식하는 직함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모든 걸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아마도 지치지 않는 활동가가 아닐까 싶다. 김조광수는 학생운동부터 소수자인권운동까지 36년간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가 얼마 전 정의당에 입당해 차별금지법추진위원장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 행보가 궁금해졌다. 영화에 반하고 영화를 꿈꿨던 14살 소년은 결국에 영화인이 되었다. 성정체성을 감추고 혼란을 겪던 청년은 결국 커밍아웃을 통해 스스로를 해방시켰다. 이후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그는 이제 현실 정치의 영역에 새롭게 발을 디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1월, 제9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를 만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물었다.


-지난 9월 25일, 정의당 차별금지법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주변에서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를 걷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던데.

=이전에도 녹색당에서 소수자위원회를 맡아서 일했었는데 새삼스럽다. 아무래도 정의당이 현실 정치에서 좀더 영향력이 있어서 이제야 정치활동을 한다고들 보는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의 생활이 이미 정치의 일부다. 물론 이번에 정의당에 입당하면서 차별금지법추진위원회에서 좀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건 맞다.


-정의당 차별금지법추진위원회를 맡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배우자인 김승환씨가 정의당원이었는데 이정미 정의당 전 대표와도 친분이 있었다. 내가 녹색당 활동을 정리하고 쉬고 있을 무렵 세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한 적 있다. 그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탈당했다는 걸 알고 이 전 대표가 눈을 반짝이더라. (웃음) 얼마 뒤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 전화가 왔는데 처음엔 뭔가 일을 시킬 것 같아 전화를 피했다. 그런데 하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집행위원이라 결국 만나서 차별금지법추진위원장 제안을 받았다. 만약 소수자 인권 관련이었다면 거절했을 거다. 약간의 피로감도 있었고 녹색당에서 하던 일을 다른 당에서 한다는 게 도의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내가 목표로 하는 일 중 하나였고 필요한 일이기에 받아들였다.


-학생운동, 문화운동, 동성애인권운동까지 36년간 운동가로 활동해왔다. 새삼 지금 정의당에 입당해 정치 영역에서 활동을 결심한 이유가 있나.

=나는 작은 목표를 성취하면서 조금씩 나아간 사람이다. 큰 맥락에서 보면 방향성이 분명하다.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성소수자의 인권이 인정받는 세상을 보고 싶다. 내게 주어진 여러 역할 중 성소수자라는 게 가장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도화하고 싶은 건 넓은 의미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의 법제화다. 현실 정치에서 이걸 실현하려면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40살 넘어 뒤늦게 커밍아웃을 한 뒤 개인적으론 행복해졌다. 그때 제도에 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녹색당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정당의 정치활동을 긍정하는 사람이다. 어쨌든 최종적으로는 제도를 바꾸는 활동이 필요하다. 48살 때 서울 청계천에서 공개 결혼식을 올리고,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도 제출하면서 존재를 드러내는 걸 넘어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의 중요함을 자각했다. 삶이 바뀌려면 결국 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다만 정당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건 사회운동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라는 걸 느꼈다. 이번에 정의당에 입당한 건 바꿀 수 있는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반대로 절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17대부터 19대 국회까지 오면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있었다. 통과가 안될지언정 지속적인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한번도 발의조차 안된 건 20대 국회가 처음이다. 소수자 인권 문제에 관한 한 크게 후퇴한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차별에 관한 공론화가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게 사실이다.

=심상정 대표도 그런 점을 지적하며 나를 설득했다. 10명을 확보해야 법안 발의가 가능한데 설득을 위해 다른 의원들을 만날 때마다 “시급한 사안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데 시간을 허비하냐?”는 말을 들었다는 거다. 나 역시 충격을 받았다. 그때 차별의 당사자가 이야기를 해도 이렇게 거절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정의당이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첫 번째 법안으로 발의할 테니 전면에 나서서 힘을 보태달라고 말이다. 사회적인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것부터 한분 한분 설득하는 것까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볼 생각이다.


-정의당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대략 3개월이 지났다. 피부로 느낀 변화가 있나.

=차별금지법에 대한 구상이 당내에서 얼마나 공감을 얻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처음엔 당원들에게 알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지 걱정했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많은 지지를 얻고 있고 사안에 대한 이해도 깊었다. 적어도 당직자나 출마를 고민하는 분들 사이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내년 총선까지는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볼 생각이다. 크게는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 중인데, 우선 유튜브를 통해 대중적으로 소통하고 전국을 돌면서 토크쇼도 열 계획이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재미있게 작업 중이다.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인 만큼 유튜브는 좋은 통로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의당 유튜브를 열심히 챙겨 봤는데, 안타깝게도 재미가 없다. 정의당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있다. 예를 들면 중년의 운동권 정당의 이미지랄까. 그걸 벗어나지 못한 내용과 형식이었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건대 영화인들 중에서도 꽤 발랄한 캐릭터니까 이 부분을 살려보려 한다. 정의당이 미처 포괄하지 못한, 이를테면 관심은 있으나 지지까지는 끌어내지 못한 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려고 한다. 박창진 정의당 국민의노동조합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둘이서 진행할 예정이다. 박창진 위원장이 스튜어드 출신이니 그 부분도 살려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향으로 기획 중이다. 블루마블 게임처럼 사람들 사이를 여행하는 콘텐츠라고 보면 된다. 진정성이 담긴 사람들의 소리를 전하는 것이니 내용은 충분하다. 그걸 끌어내는 방식이 문제인데 낯설게 느끼는 분들도 아우를 수 있는 구성이 되도록 노력 중이다.


-정치는 개인의 희생이 동반되는 일이기도 하다. 총선 출마도 생각 중인가.

=아직은 고민 중이다. 당분간은 정의당을 알리는 일과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작업에 매진할 생각이다. 밖에서 걱정했던 것보다 이 과정이 꽤 재미있다. (웃음) 12월, 내년 1월까지 찬찬히 겪어본 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정말 필요한 일이 있다면 생각해보겠다. 주변에선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하는 분들과 절대 하지 말라고 만류하는 분이 반반이다. 나와 개인적으로 가까울수록 말리는 것 같다. (웃음) 나도 충분히 그 무게를 느끼고 있다. 나는 평생 영화를 바라보고 살아온 사람인 만큼 정치활동을 하는 것과 직업 정치인이 되는 건 완전 다른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뭔가를 하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다. 안 하면 안 했지 기왕 할 거라면 준비된 정치인이 되고 싶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 이외에도 여러 사안에 대한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는 걸 안다. 지금은 차근차근 살펴보고 공부 중이다.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경험치가 쌓이면 그때 행동할 것이다.


-원래 유튜브 방송의 첫 번째 꼭지로 홍콩 민주화운동가 조슈아 웡과의 인터뷰를 준비했었다고 들었다.

=여러 사정으로 아쉽게 유튜브 방송으로 진행하진 못하고 박창진 위원장이 홍콩으로 가서 따로 인터뷰만 했다. 지금 홍콩의 상황은 마치 우리의 80년대를 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론 나도 학생운동을 했던지라 공감되는 지점이나 깊이가 남다르다. 정의당이 홍콩 시위에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던지길 바랐다. 이런 부분이 더불어민주당과 다르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민주화운동, 학생운동, 그리고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까지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꽤 많았지만 이번에는 활용하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 11월 19일 심상정 대표가 “시위대와 비무장 시민의 생명을 앗아가고 인권을 유린하는 무력진압이 이뤄진다면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을 것”이란 공식 입장을 냈다. 이걸 시작으로 홍콩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더 활발히 논의되길 바란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집행위원장을 맡아 꾸려온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올해로 9회를 맞이했다. 게다가 올해는 규모를 한층 늘려 국제영화제로 변모했다.

=2011년 시작할 땐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몰랐다. (웃음) 첫해에 23편의 영화, 1개관에서 시작했는데 올해는 100편 넘는 영화를 상영하고 상영관도 3개로 늘었다. 이에 맞춰서 프로그램 구성도 다양하게 준비했다. 무엇보다 경쟁부문을 도입한 게 가장 큰 변화다. 숫자가 많진 않지만 해외 게스트도 초청해서 관객과의 접점을 넓혔다. 첫 번째 경쟁 심사위원이 중요했는데, 토니 레인즈 평론가에게 부탁했다. 한국의 퀴어영화를 알리는 데 앞장선 분이고 지난 20, 30년간 퀴어영화의 흐름을 이 분만큼 잘 꿰고 있는 사람도 없을 거다. 아시아 퀴어영화를 만드는 영화인들이 가장 가고 싶은 영화제가 되는 것이 목표인데 그 길로 한 걸음씩 성실히 다가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찾아준 관객의 만족도도 대체로 높다. 나중에 토니 레인즈가 봉준호 감독에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에 대한 칭찬을 했다는 걸 전해 들었다. 이렇게 돌고 돌아 내 귀에 이야기가 들려오는 걸 보니 제대로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 말처럼 국내 크고 작은 영화제 중에서도 이렇게 성실하게 자기 길을 가고 성장해온 영화제도 드물다. 집행위원장의 노고가 느껴진다.

=단순히 규모로 따진다면 1회 때 예산이 2천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0배 정도 커졌다. 처음엔 기업 후원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기업들이 상당히 지원해주고 있고 서울시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도 이끌어냈다. 늘어난 규모보다 뿌듯한 건 프로그램 내용의 알찬 구성이다. 올해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한국 퀴어영화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섹션을 준비했다. 한국 퀴어영화사 자료집을 발간해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도 뿌듯하다. 아까도 말했지만 안 하면 안 했지 기왕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싶다. 되짚어보니 그 고집으로 9년을 버텨왔다. 다행히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온 것 같아 감사하다. 내년이 10년 되는 해인데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계획이 있지만 이제 막 끝낸 터라 스탭들에겐 말하지 않았다. 좀더 고민해보고 정리되는 대로 다시 1년 농사를 준비할 생각이다.


-청년필름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무려 20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등 제작자로서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연출을 맡은 건 2014년 <마이 페어 웨딩>이 마지막이었는데.

=<완월>(가제)이란 정치 멜로물을 준비 중이다. 영조의 젊은 시절을 배경으로 영조와 여류 소설가의 애틋한 사연을 다룬다. 현재 캐스팅이 진행 중인데 사극이니만큼 예산이 꽤 필요한 프로젝트다. 만약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쪽에 매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제작자로서 박철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출장수사>란 작품을 진행 중인데 배성우, 정가람, 이솜 배우가 나오는 코믹 수사극이다. 얼마 전 현장을 다녀왔는데 새삼 나도 빨리 카메라를 잡고 싶어졌다. (웃음) 내년은 여러 가지로 많은 일들이 생길 것 같다. 미리 정해두지 않고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할 생각이다.


-영화 제작에, 인권운동에, 정치활동까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겠다. 하나같이 쉬운 일이 없는데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항상 밝고 즐거워 보인다.

=행복하다고 마인트컨트롤하는 게 아니라 진짜 즐겁다. 선언적 의미라기보다는 솔직한 고백이랄까. 그게 아마 내가 이 일들을 동시에, 그리고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성과가 당장에 나는 싸움이 아니다. 승리하는 싸움을 하려면 오래 버텨야 한다. 그러려면 그 일을 하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 목적을 정해두고 성과를 내려고하면 빨리 지친다. 나는 항상 작은 성과에 만족하는 편이다. 당장의 작은 성과를 내고, 그다음의 작은 성과를 위해 매진한다. 그 작업을 무한반복하는거다. 매번 두렵지만 그걸 매번 이겨낼 정도의 용기는 있다. 그렇게 밀알 같은 오늘이 쌓여서 내일의 나를 향해 나아간다. 조금씩, 조금씩.


[중앙일보] 입력 2019.11.17 10:20


동성애자 주인공이 등장한 최초의 한국영화 '질투'(1960).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동성애자 주인공이 등장한 최초의 한국영화 '질투'(1960).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아시아 퀴어영화는 서구와 결이 다릅니다. 동아시아 퀴어영화에 가장 많은 공통점이 유부남 게이 캐릭터예요. 서구에선 잘 다뤄지지 않는 유부남 게이 서사가 일본‧중국‧한국 할 것 없이 풍성하게 만들어져 현실반영적인 모습으로 공감대를 형성했죠. 유교적 문화에서 가부장 가치를 남성이 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동성애자로서 삶도 향유하려는 도착적인 시도였던 것이죠.”

올해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집행위원장 김조광수)가 발간한 『한국퀴어영화사』 필진이자 ‘지석영화연구소’ 연구원 김경태 박사의 분석이다.  

 

13일 폐막 제9회 서울프라이드영화제
한국퀴어영화사 조명한 첫 자료집 발간
한국영화 100년사 속 최초 퀴어영화는…
"내 영화 퀴어 아니다" 거부한 감독도

한국퀴어영화사 담은 첫 자료집  


지난 13일 폐막한 제9회 서울프라이드영화제가 그간 논의가 미비했던 한국퀴어영화 역사를 정리하고 재조명한 자료집 『한국퀴어영화사』를 펴냈다. 

‘퀴어(Queer)’란 성소수자를 일컫는 포괄적인 단어. 책임편집을 맡은 이동윤 영화 평론가는 9일 서울 CGV명동역에서 열린 출판기념 포럼에서 이를 “한국영화 속에 분명히 있었던 퀴어를 정리한 첫 책이자 역사적 사건”이라며 “퀴어 개념은 현재 구성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퀴어영화를 규정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번 책에선 확정하고 단언하기보다 질문을 던지고 다음 논의의 씨앗을 뿌리는 글을 쓰려 했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그를 비롯해 얼 잭슨 대만아시아대학 석좌교수 등 국내외 10인의 영화 필진이 참여했다.  

1980년대부터 한국을 오가며 한국영화의 해외 소개에 앞장서온 영국 영화 평론가 토니 레인즈도 9일 『한국퀴어영화사』 출간기념 행사 축사에 나서 "책에 실린 퀴어영화 중 몇 편은 내가 영어 자막을 번역했다"고 돌이키며 "영어판 책도 나오길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사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1980년대부터 한국을 오가며 한국영화의 해외 소개에 앞장서온 영국 영화 평론가 토니 레인즈도 9일 『한국퀴어영화사』 출간기념 행사 축사에 나서 "책에 실린 퀴어영화 중 몇 편은 내가 영어 자막을 번역했다"고 돌이키며 "영어판 책도 나오길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사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한국 최초의 퀴어영화는 '질투'

이번 책에선 한국퀴어영화의 출발점에 대한 논의도 소개됐다. 이는 ‘퀴어영화’를 정의하는 개념과도 연결된다. 올해 한국영화 100주년은 ‘조선인 자본으로 조선인 배우가 모여 만든 최초의 영화’인 ‘의리적 구토’가 단성사에서 개봉한 1919년 10월 27일을 기준으로 했다. 그렇다면 한국 최초의 퀴어영화는 어떤 작품으로 봐야 할까.  

올해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발간한 『한국퀴어영화사』. [사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올해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발간한 『한국퀴어영화사』. [사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주인공이 성소수자인 영화로, 책에 언급된 가장 빠른 작품은 ‘명일의 여성’이다. 1931년 4월 석간 ‘조선일보’엔 당시 떠들썩했던 동성애로 인한 여학생 동반 자살을 모델로 감독 겸 배우 홍개명이 이 영화를 연출할 예정이란 기사가 실렸다. 그러나 이후 실제 제작됐다는 근거나 자료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자료집이 퀴어영화로 재조명한 130여 편의 한국영화 목록 중 첫머리엔 한형모 감독의 ‘질투’(1960)가 올랐다. “한국영화에서 최초로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정체화하는 동성애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화”(황미요조 여성주의 영화 연구자)란 설명이다. 남성을 증오하는 여성 주인공이 이성애자인 여성 의동생에 집착하게 되는 광기어린 멜로다. 현재 필름 없이 시나리오만 남아있다.  

 

'최초 레즈비언 영화' 엇갈린 평가 

필름이 남아있는 영화 중 동성애 커플이 주인공인 최초의 영화 '금욕'.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필름이 남아있는 영화 중 동성애 커플이 주인공인 최초의 영화 '금욕'.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필름이 남아있는 작품 중 동성애 커플이 주인공인 최초의 영화로는 김수형 감독의 ‘금욕’(1976)이 꼽힌다. 가학증적 남편에 의해 학대받던 중년의 화가 노미애와 19세에 세 남성에 윤간을 당한 젊은 패션모델 김영희가 서로의 상처를 통해 가까워지지만 결국 파국에 이르는 줄거리다.

 

김경태 박사에 따르면 이 영화는 1998년 창간된 최초의 동성애 잡지 ‘버디’에 의해 “최초의 레즈비언 영화”로 발굴됐다. 김 박사는 “‘버디’의 편집진은 이 영화의 레즈비언다움을, 미애가 영희를 붙잡으면서 그 이유를 ‘그건 내 삶을 전부 너에게 주어버렸기 때문이지’라고 말하는 대사에서 찾는다”면서 “퀴어영화 여부를 판가름하는 궁극적 기준이 성애적 차원이나 성정체성의 고민이 아니라 자기 인생의 가치 중심을 동성에게 두는 사람, 즉 동성과 자신의 삶을 공유하는 이가 채운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한국영화 최초로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3의 성 '인터섹스'를 다룬 영화 '사방지'(1988). 사진 앞쪽이 주인공 사방지로, 여성의 외모에 남성의 성기를 타고난 인물로 묘사된다. 이번 자료집에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사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국한국영화 최초로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3의 성 '인터섹스'를 다룬 영화 '사방지'(1988). 사진 앞쪽이 주인공 사방지로, 여성의 외모에 남성의 성기를 타고난 인물로 묘사된다. 이번 자료집에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사진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반면, 황미요조 영화 연구자는 이 영화에 대해 “‘금욕’은 퀴어영화의 범주로서 보다 동성애를 병리적인 현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동성애 혐오적”이라며 “식민시기 조선에서부터 미디어에서 여성 

동성애는 성적으로 자극적인 구경거리와 가십의 대상으로 다뤄져 왔다”고 비판했다.  

 

이 영화, 남성 동성애 등장하지만...     

배우 남궁원과 하길종이 주연한 '화분'(1972). 주인공 현마(남궁원)와 비서 단주(하명중)의 동성애가 등장하지만, 본처뿐 아니라 첩까지 둔 봉건적 가부장 현마의 마초성이 더욱 부각된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배우 남궁원과 하길종이 주연한 '화분'(1972). 주인공 현마(남궁원)와 비서 단주(하명중)의 동성애가 등장하지만, 본처뿐 아니라 첩까지 둔 봉건적 가부장 현마의 마초성이 더욱 부각된다.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이는 남성 동성애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황 영화 연구자는 “영화의 중심 소재나 갈등은 아니지만, 남성 동성애가 표현되거나 암시되는 영화로 김수용 감독의 ‘시발점’(1965), 신상옥 감독의 ‘내시’(1968), 하길종 감독의 ‘화분’(1972)이 거론돼 왔다”면서 그러나 “이 영화들의 남성 동성애적 관계나 행위들은 남성 인물의 권력 행사 혹은 권력의 상실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의 여러 필진이 주목한 영화는 박재호 감독의 ‘내일로 흐르는 강’(1996)이다. 개봉한 지 8년이 지난 2014년 미국 샌디에이고 아시안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작품이다. 한국전쟁 후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네 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정민은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와중에 게이바에서 만난 중년의 유부남 승걸과 사랑에 빠진다. 

 박재호 감독의 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에서 불륜 관계인 승걸(왼쪽)과 정민.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박재호 감독의 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에서 불륜 관계인 승걸(왼쪽)과 정민.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김경태 박사는 이 영화를 궁극적인 의미의 “한국 최초 게이 영화”로 부른다면 그 근거는 “게이로 정체화한 주인공과 더불어 종로를 배경으로 한 성소수자 공동체 및 하위문화를 처음으로 재현했기 때문”이라며 “평범한 연인들 사이에서 흐르는 다정함”이 감지된다고 들었다.  

 

'내일로 흐르는 강' 의미 있는 이유 

김 박사는 이로써 이 영화를 “이성애적 관계를 섭렵한 마초적인 가부장만이 동성애마저(!) 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화분’(1972)이나, “그들(게이)을 처단함으로써 주인공 남성들은 자신의 건전한 이성애 남성성을 (재)획득”하는 존재로 게이가 묘사되는 김기덕 감독의 ‘악어’(1996), 김호선 감독의 ‘아담이 눈뜰 때’(1993) 등과 구분하며 “‘내일로 흐르는 강’은 이런 시행착오 끝에 등장한다”고 서술했다.  

상업 공포영화로서 여고생 동성애를 다뤄 주목받은 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 김태용 감독, 민규동 감독이 공동 연출한 장편 데뷔작이다. [사진 씨네2000]

상업 공포영화로서 여고생 동성애를 다뤄 주목받은 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 김태용 감독, 민규동 감독이 공동 연출한 장편 데뷔작이다. [사진 씨네2000]

이번 책의 제작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도 한국퀴어영화가 처한 현실을 시사한다. 9일 포럼에서 이동윤 평론가는 “대부분의 많은 퀴어영화의 시놉시스에서 퀴어성이 지워지거나 왜곡됐고, ‘퀴어’란 게 반전으로 등장해 ‘결국 그는…?’ 같은 말줄임표에 감춰져 있었다”면서 또 “퀴어영화지만 퀴어 혐오적인 시선의 작품도 다수 있어 이를 퀴어영화로 소개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퀴어 혐오적‧비판적인 작품도 끌어안아 논의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 책이 한국퀴어영화(담론)에 중심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퀴어영화 조명에 "불쾌하다"는 감독도  

이번 책에선 ‘갯마을’ ‘개 같은 날의 오후’ ‘번지점프를 하다’ ‘왕의 남자’ ‘아가씨’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등 대중에 알려진 영화들을 퀴어영화로서 재해석한 리뷰도 실렸다. 이 중 주요 작품은 서울프라이드영화제 기간 상영됐다. 

동성애가 등장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동성애가 등장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다만,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은 9일 포럼에서 “영화제를 해오며 ‘내 영화는 퀴어영화가 아닌데 불쾌하다’는 감독의 반응에 상영을 못 한 영화들이 있었고 올해도 ‘왜 빠졌지?’ 싶은 영화 중엔 그런 작품이 있다”면서 “이번 책을 많이 지지하고 응원해준다면 내년엔 더 깊숙한 발굴 작업을 해볼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한국퀴어영화사』는 독립 서점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판매될 예정이다.  

2019-11-15 15:57 


[비즈엔터 문연배 기자] 



▲마더인로(사진제공=SWMP엔터테인먼트) 


배우 손수현이 주연을 맡은 단편 영화 ‘마더인로(mother-in-law)’가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한국 단편 경쟁 작품상을 수상했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SIPFF)는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퀴어영화제로, 전 세계 다채로운 퀴어영화의 흐름을 한 눈에 조망해볼 수 있는 자리다. 영화 ‘마더인로’는 이번에 신설된 한국 단편 경쟁 부문에 진출해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함으로써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게 됐다.

해당 부문의 심사위원 김지연 프로듀서는 ‘마더인로’ 수상에 대해 “해당 영화는 여자친구의 엄마와의 뜻하지 않은 조우를 뛰어난 연기와 연출로 보여줬다. 특히 관계성에 대한 정밀한 묘사가 뛰어났다”라며 심사평을 남겼다.


신승은 감독은 “이성애적, 가부장적, 성별 이분법적 호칭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어떻게 불려야 할지 몰랐던, 또 한번도 불리지 못했던 모든 이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는 소감과 함께, 출연 배우와 스탭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화 ‘마더인로’는 신승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배우 손수현과 배우 안민영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딸의 자취집을 방문한 중년 여성과 딸의 친구를 중심으로, 가족 호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단편 영화다. 이성애 중심인 우리말 호칭 체계를 되짚어 보자는 기획 의도를 담고 있다.

지난 10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국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마더인로’는 샌디에이고 아시안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되어서 안팎으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손수현은 최근 조회수 27만회를 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웹드라마 ‘숨이 벅차’ 이후, ‘마더인로’ 신승은 감독과 다시 한번 손 잡은 독립영화 ‘프론트맨’과 또 다른 단편영화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 촬영을 마치는 등 쉴 틈 없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입력날짜 : 2019. 11.15. 08:02 



배우 손수현이 주연을 맡은 단편 영화 ‘마더인로(mother-in-law)’가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한국 단편 경쟁 작품상을 수상했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SIPFF)는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퀴어영화제로, 전 세계 다채로운 퀴어영화의 흐름을 한 눈에 조망해볼 수 있는 자리이다.

영화 ‘마더인로’는 이번에 신설된 한국 단편 경쟁 부문에 진출해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함으로써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게 되었다.

해당 부문의 심사위원 김지연 프로듀서는 ‘마더인로’ 수상에 대해 “해당 영화는 여자친구의 엄마와의 뜻하지 않은 조우를 뛰어난 연기와 연출로 보여줬다. 특히 관계성에 대한 정밀한 묘사가 뛰어났다”라며 심사평을 남겼다.

이에 신승은 감독은 “이성애적, 가부장적, 성별 이분법적 호칭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어떻게 불려야 할지 몰랐던, 또 한번도 불리지 못했던 모든 이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는 소감과 함께, 출연 배우와 스탭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화 ‘마더인로’는 신승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배우 손수현과 배우 안민영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딸의 자취집을 방문한 중년 여성과 딸의 친구를 중심으로, 가족 호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단편 영화이다.

이성애 중심인 우리말 호칭 체계를 되짚어 보자는 기획 의도를 담고 있다.

지난 10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국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마더인로’는 샌디에이고 아시안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되어서 안팎으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영화 ‘마더인로’의 주인공을 맡아 본인만의 독특한 매력과 더욱 깊어진 연기력으로 작품의 의미를 더했던 손수현은 최근 조회수 27만회를 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웹드라마 ‘숨이 벅차’ 이후, ‘마더인로’ 신승은 감독과 다시 한 번 손 잡은 독립영화 ‘프론트맨’과 또 다른 단편영화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 촬영을 마치는 등 쉴 틈 없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성과 자신의 소신을 추구하며 의미 있는 필모를 쌓고 있는 손수현의 행보는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디어부 신석호 기자 jhc@kjdaily.com

2019. 11. 15 07:39 


[헤럴드POP=홍지수 기자]배우 손수현이 주연을 맡은 단편 영화 ‘마더인로(mother-in-law)’가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한국 단편 경쟁 작품상을 수상했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SIPFF)는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퀴어영화제로, 전 세계 다채로운 퀴어영화의 흐름을 한 눈에 조망해볼 수 있는 자리이다. 영화 ‘마더인로’는 이번에 신설된 한국 단편 경쟁 부문에 진출해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함으로써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게 되었다.

해당 부문의 심사위원 김지연 프로듀서는 ‘마더인로’ 수상에 대해 “해당 영화는 여자친구의 엄마와의 뜻하지 않은 조우를 뛰어난 연기와 연출로 보여줬다. 특히 관계성에 대한 정밀한 묘사가 뛰어났다”라며 심사평을 남겼다. 이에 신승은 감독은 “이성애적, 가부장적, 성별 이분법적 호칭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어떻게 불려야 할지 몰랐던, 또 한번도 불리지 못했던 모든 이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는 소감과 함께, 출연 배우와 스탭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화 ‘마더인로’는 신승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배우 손수현과 배우 안민영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딸의 자취집을 방문한 중년 여성과 딸의 친구를 중심으로, 가족 호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단편 영화이다. 이성애 중심인 우리말 호칭 체계를 되짚어 보자는 기획 의도를 담고 있다. 지난 10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국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마더인로’는 샌디에이고 아시안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되어서 안팎으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영화 ‘마더인로’의 주인공을 맡아 본인만의 독특한 매력과 더욱 깊어진 연기력으로 작품의 의미를 더했던 손수현은 최근 조회수 27만회를 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웹드라마 ‘숨이 벅차’ 이후, ‘마더인로’ 신승은 감독과 다시 한 번 손 잡은 독립영화 ‘프론트맨’과 또 다른 단편영화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 촬영을 마치는 등 쉴 틈 없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성과 자신의 소신을 추구하며 의미 있는 필모를 쌓고 있는 손수현의 행보는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제공= SWMP엔터테인먼트] 
popnews@heraldcorp.com

입력 2019-11-15 07:38   



배우 손수현이 주연을 맡은 단편 영화 ‘마더인로(mother-in-law)’가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한국 단편 경쟁 작품상을 수상했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SIPFF)는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퀴어영화제로, 전 세계 다채로운 퀴어영화의 흐름을 한 눈에 조망해볼 수 있는 자리이다. 영화 ‘마더인로’는 이번에 신설된 한국 단편 경쟁 부문에 진출해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함으로써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게 되었다.

해당 부문의 심사위원 김지연 프로듀서는 ‘마더인로’ 수상에 대해 “해당 영화는 여자친구의 엄마와의 뜻하지 않은 조우를 뛰어난 연기와 연출로 보여줬다. 특히 관계성에 대한 정밀한 묘사가 뛰어났다”라며 심사평을 남겼다. 이에 신승은 감독은 “이성애적, 가부장적, 성별 이분법적 호칭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어떻게 불려야 할지 몰랐던, 또 한번도 불리지 못했던 모든 이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는 소감과 함께, 출연 배우와 스탭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화 ‘마더인로’는 신승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배우 손수현과 배우 안민영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딸의 자취집을 방문한 중년 여성과 딸의 친구를 중심으로, 가족 호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단편 영화이다. 이성애 중심인 우리말 호칭 체계를 되짚어 보자는 기획 의도를 담고 있다. 지난 10월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국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던 ‘마더인로’는 샌디에이고 아시안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되어서 안팎으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영화 ‘마더인로’의 주인공을 맡아 본인만의 독특한 매력과 더욱 깊어진 연기력으로 작품의 의미를 더했던 손수현은 최근 조회수 27만회를 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웹드라마 ‘숨이 벅차’ 이후, ‘마더인로’ 신승은 감독과 다시 한 번 손 잡은 독립영화 ‘프론트맨’과 또 다른 단편영화 ‘코끼리 뒷다리 더듬기’ 촬영을 마치는 등 쉴 틈 없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성과 자신의 소신을 추구하며 의미 있는 필모를 쌓고 있는 손수현의 행보는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입력 : 2019-11-14 19:43:14 ㅣ 수정 : 2019-11-14 19:43:14


서울프라이드페어,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서 이틀 간 개최
아시아 최대 규모 성소수자 문화생산 마켓 및 박람회로 눈길
독립출판, 핸드메이드 제작 상품 등 다양한 창작물들 총망라
퀴어신학 강연부터 재테크 강연까지…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


[뉴스토마토 김희경 기자] 2019 서울프라이드페어가 11월 2일(토)부터 3일(일) 양일간 동대문 DDP 살림터 2층 크레아에서 성황리에 종료했다. 

 

서울프라이드페어는 아시아에서 유일한 성소수자 문화생산 마켓 및 박람회로서, 2015년 처음 개최되어 매년 창작팀과 방문객의 증가로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60여개팀이 참가했다면, 올해는 90여개팀이 참가를 확정지으며 더욱 풍성한 페어로 꾸며졌다.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뜻하는 ‘프라이드’를 주제로 매년 개최되는 서울프라이드페어는 올해를 변화와 도약의 해로 정하며 성소수자 창작자를 위한 문화/생산 박람회를 넘어 모두가 즐기며 소통할 수 있는 한국 대표의 박람회로 나아가고자 했다. 

 

이에 올해의 프라이드페어는 미술, 출판, 핸드메이드, 패션, 온라인 콘텐츠 등 분야를 막론한 창작자들이 창작 활동을 펼치며 방문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예술의 장이 되었다. 그 중 군대 내의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참여한 군인권센터+Liima는 프로젝트 금액을 통해 군대 내의 성소수자 차별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고 밝혔다.

 

또 가천대학교 성소수자 모임 GQ는 가천대학교 학생 및 졸업생 성소수자들의 연대를 위한 모임으로 페어에 참여하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외에도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가 함께 모여 만들어 가는 ‘퀴어상회’와 퀴어다움을 소재로 한 일러스트레이션 부스 ‘YAL7(얄칠)’, 시각 예술 스토리텔링 창작 프로젝트 ‘모난돌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부스들이 참여했다.

 

특히, 각종 전시물들이 페어 현장을 더욱 화려하게 수놓았는데 그 중 단연 돋보였던 작품은 ‘아드리안 서’ 작가의 전시였다. 아드리안 작가는 소소한 삶의 가치에 집중해 잃어버린 꿈과 존재감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특히 해당 부스에서는 아드리안 작가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들어있는 2020년 달력이 판매되었는데, 페어 첫날부터 준비된 수량을 모두 소진하였을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자아냈다. 

 

이외에도 프라이드페어에는 이벤트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강연들이 개최되었다. 우선, '신의 소망은 혐오로 중단되지 않는다'는 섬돌향린교회의 고상균 목사가 게스트로 나서 개신교 진영의 혐오와 이에 대항하는 퀴어신학의 태동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다. 또한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하며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의 김경태 박사가 퀴어영화에 대한 세미나를 맡았다.

 

이외에도 드랙퀸 동화낭독극은 게이 펭귄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를 중심으로 구성된 낭독극이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은 드랙퀸이 동화책을 읽으며 공연을 펼친다는 참신함으로 인해 많은 관객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작가 ‘앨리슨 백델’에 대한 특별 대담과 더불어 비혼가구를 위한 재테크 강연 등 특색있는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며 프라이드페어를 더욱 풍성하게 꾸며줬다. 

 

이렇듯 2019 서울프라이드페어는 많은 이들의 참여와 양질의 작품 및 전시, 그리고 프로그램 등으로 풍성하게 꾸려지며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매해 더욱 커지는 규모와 높아지는 퀄리티로 인해 많은 창작자들이 벌써부터 내년 프라이드페어를 기대한다는 후문이다. 

 

11월 2일(토)부터 3일(일) 양일간 동대문 DDP 크레아에서 개최된 2019 서울프라이드페어는 성소수자문화예술 단체인 프라이드 리퍼블릭과 국내 최초 성소수자 비영리법인인 사단법인 신나는센터가 주최하고,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서울국제프라이드페어

김희경 기자 gmlrud1515@etomato.com

‘달을 향해 짖는 개’, ‘마더 인 로’, 작품상 수상... ‘샤이니 슈림프’ 왓챠프라이드상 수상 


2019년 11월 14일 (목) 17:03:38 

오현성 기자  news1@stardailynews.co.kr



[스타데일리뉴스=오현성 기자]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퀴어영화제로,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퀴어영화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지난 13일 폐막하며 7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진행된 폐막식에는 허남웅 평론가와 장성란 기자가 사회를 맡았으며 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며 골드만삭스의 사이먼 헐스트 대표가 축하공연을 펼쳤다. 골드만삭스는 프라이드영화제의 오랜 협찬사로 인연을 유지해오고 있는데, 특별히 폐막식에서는 사이먼 헐스트가 아닌 ‘트루 소니즘(Truh Sonism)’으로 무대에 올랐다. 감미로운 기타선율과 함께 폐막식장을 채운 그의 노래는 많은 관객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한국단편경쟁부문의 시상에는 해당 부문의 심사위원인 김지연 프로듀서가 무대에 올랐다. 총 17편의 작품 중 초대 한국단편경쟁 작품상으로 선정된 영화는 신승은 감독의 <마더 인 로>다. 김지연 프로듀서는 <마더 인 로> 수상에 대해 “해당 영화는 여자친구의 엄마와의 뜻하지 않은 조우를 뛰어난 연기와 연출로 보여줬다. 특히 관계성에 대한 정밀한 묘사가 뛰어났다.”며 심사평을 남겼다.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신승은 감독은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함께 한 배우 및 스탭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이성애적, 가부장적, 성별 이분법적 호칭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어떻게 불려야 할지, 또 한번도 불리지 못했던 모든 이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며 소감을 남겼다. 

마지막 시상에는 영국의 평론가이자 해당 부문의 심사위원인 토니 레인즈가 마이크를 잡았다. 5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아시아장편경쟁 작품상의 영예를 안게 될 작품은 중국, 스페인 공독 제작인 시앙 지 감독의 <달을 향해 짖는 개>가 선정되었다. 토니 레인즈는 작품 선정을 두고 “<달을 향해 짖는 개>는 감독 자신의 개인적 사건에서 시작해 중국 가족에 대한 더 큰 질문들로 확장되어갔다. 특히 가족이란 이미지 자체를 퀴어링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영화 속 테이크가 시적 표현처럼 느껴졌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무대에 오른 시앙 지 감독은 “사실 첫 영화는 19살에 내가 쓴 각본을 누군가 훔쳐서 선댄스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뒤 내가 영화에 재능이 있다고 깨달았다”고 영화에 입문하게 된 배경을 말했다. 또한,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임신을 했고, 후반 작업 때는 제왕절개를 했는데 영화를 만드는 게 산고의 고통과도 같다고 느꼈다. 이렇게 만든 영화가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세 부문의 시상이 끝난 후 영화진흥위원회의 오석근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축사를 전했다. 그는 프라이드영화제의 성료를 축하하며 올해를 마무리하는 프라이드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해 굉장히 기쁘다며 본 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 우리가 풀어야 할 마지막 부분이 인권인데, 이는 프라이드 영화제가 추구하는 점과 일치하기 때문에 본 영화제에 애정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은 프라이드 영화제가 1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영화진흥위원회도 더욱 열심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프라이드 영화제 폐막식만의 특별한 시간인 자원봉사자들과 스탭들의 인사 시간이 있었다. 올 한해 영화제 개최를 위해 힘쓴 모든 자원활동가와 스탭들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소감을 밝혔다. 그 중 2년 연속 자원활동가로 참여한 오효림 활동가는 “프라이드영화제만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올해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경험을 쌓고 간다”고 밝혔다.  

이를 끝으로 2019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7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모두가 평등하게 즐길 수 있었던 올해의 프라이드영화제는 비록 막을 내렸지만, 벌써부터 많은 영화 팬들이 10주년 기념으로 돌아올 2020 프라이드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서울시와 영화진흥위원회, 서울문화재단,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CGV 아트하우스, 포스트핀, 한국영상자료원, 캐나다 문화원, 매치박스, 러쉬 등의 후원으로 개최됐다.